[김영무 칼럼]팝스타와 증시
[김영무 칼럼]팝스타와 증시
  • 김영무
  • 승인 2018.05.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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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오후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이 K팝스타이다. 수년째 이어졌지만 매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다 보니 볼 때마다 설렘을 감출 수 없다. 치열한 경쟁구도는 긴장감을 배가시켜준다. 그저 그랬던 참가자가 어느 순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탄성이, 잘했던 참가자가 그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탄식이 나온다. 부르는 노래에 깃든 사연을 듣노라면 가슴이 찡하다. 경쟁자가 한 팀이 돼서 호흡을 맞추려고 애쓰거나, 서로 갈등의 골을 보일 때면 인생사의 단면을 보는 듯 공감을 절로 하게 된다. 단순한 노래경연대회가 아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스토리에 중독된다고나 할까. 궁극적으론 노래보다는 사람에 더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런데 K팝스타는 주식시장과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증시를 업으로 하는 직업병 탓 일게다. 주식시장과 K팝스타 모두 펀더멘털이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다. 증시는 실적이, K팝스타는 가창력이 우선이다. 좋은 기술력을 갖고 제품을 잘 만들어 팔거나,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잘하는 게 예선 통과의 전제조건이다.

본선에 오르면 테크닉을 본다. K팝스타에선 고음처리나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평가한다. 증시에선 기업의 마케팅파워나 IR 홍보 등에 관심을 쏟는다. 다음은 성장성이다. 가창력과 테크닉이 좋더라도 매회 제자리를 맴돌면 가차없는 혹평이 쏟아진다. 단점을 보완하고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통은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기업은 현재 제품의 후속이나 새로운 제품개발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안주하는 기업은 결국 퇴출될 수밖에 없다. 변화와 혁신은 K팝스타나 증시 모두 맞닥치는 '크레바스'가 된다.  

예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항상 버티고 있는 항목이 바로 시장성이다. 무대에 서려면 외모에서부터 스타일, 무대매너, 청중을 끌고 가는 파워 등을 갖춰야 한다. 초반의 아마추어 모습을 고집하면 안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야 한다. 번듯한 사무공간과 생산현장을 갖춰야 하며, 훌륭한 외부인력 영입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직원 복지를 높이는 것도 자신감의 발로라 하겠다.

탑10에 오르면 항상 거쳐야 하는 게 위기관리다. 밀려오는 압박감에 체력은 고갈되고 감기나 성대결절 등의 외부 변수가 치고 들어온다. 어쩔 수 없는 상태이니 이해하겠지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기관리도 경쟁력이다. 기업도 일정 궤도에 오르면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온다. 규모도 커지고 인력도 늘어나는 등 확장성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증시에선 과도한 사업 확장에 따른 유동성 압박이나, 경영진의 횡령 배임 등으로 잘나가던 기업이 나자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제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요소가 승패를 좌우한다. 혼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쳐야 한다. K팝에선 한 소절, 한 음에 절절함이 배어야 한다. 그 감정에 몰입하다. 눈물까지 흘릴 수 있어야만 듣는 이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기업은 CEO가 직원들의 발을 씻겨줄 정도로, 또는 성과가 났을 때 예상을 뛰어넘는 주식 무상증여를 하는 등의 파격도 해볼 만하다. 흔히 스타가 되면 '아우라'가 생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빛이 나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우라가 생긴 기업은 '낭중지추'와 같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남다르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국민스타, 100년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 바통은 K팝이나 증시 할 것 없이 시청자, 대중, 소비자, 투자자에게 넘겨진다. 스타나 기업 모두 이들의 기반에서 커가는 것이다. 그들이 있으므로 존재한다. 내가 잘났으니, 내가 잘 만들었으니 저절로 좋아한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K팝스타에서 YG JYP 안테나의 대표들이 나와서 스타를 만드는 게 아니다. 증시도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가 주가를 높이는 게 아니다. 대중과 투자자들이 가슴을 열면서 받아주기 때문이다.  

인생사 모든 게 같은 선에 있다. 색깔만 다를 뿐이다. 매사 수렴하는 끝점은 똑같다. 그 선을 관통하는 끈을 따라잡다 보면 아름다운 삶의 궤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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