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무 칼럼]잇따른 오너퇴진...소유경영분리 물꼬 트나
[김영무 칼럼]잇따른 오너퇴진...소유경영분리 물꼬 트나
  • 김영무
  • 승인 2019.01.0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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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내년말 은퇴할 것을 천명했다. 최근 물러난 이웅열 코오롱 회장에 이어 대기업으론 두번째 '오너퇴진'이 되는 셈이다. 이웅열 회장의 퇴진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사건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서정진 회장의 은퇴 발언도 재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오너가 살아 생전에 퇴진한다는 것은 그동안 대한민국에선 터부시됐던 사항이었다. 설사 퇴진을 하더라도 명목상이었을뿐 뒤에서 수렴첨정하는게 예사였기 때문에 '그렇고 그런' 얘기로 흘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웅열에 이은 서정진의 퇴진 소식은 그전과는 전혀 다른듯 보인다. 이웅열 회장은 본인이 더이상 코오롱을 한단계 높이는데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총수 자리에 있으면서 경영진을 닥달한듯 어차피 오너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보고 아예 짐을 싸들고 나간 꼴이다. "그래 전문가들이 모여서 당신들만의 열정을 뿜는게 낫다"는게 이 회장의 생각일 것이다. 그럴려면 오너는 자리를 비켜줘야만 하는 당위성을 현실로 받아들인 셈이다. 

서정진 회장은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기겠다"며 선진국 기업이 채택하는 오너와 소유 경영의 실험을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말까지 그룹의 시스템경영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후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셈이다. 창업주와 전문경영인, 후계승계에 있어 그 역할에 충실해야만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된다는 결연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사회를 통해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게 후계 승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서회장의 판단이다.  

그동안 재계는 이런저런 오너퇴진이 있어왔다. 두산그룹이 페놀사태때 오너가가 일제히 물러섰고 전문경영인체제로 오랜 시간 운영됐다. 그렇지만 현재로 봤을때 그건 일시적 퇴진에 불과했다. 두산은 형제간 총수 이어받기로 얼굴마담만 달리했을뿐 여전히 경영에서 오너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금호그룹도 박성용, 박정구, 박삼구 로 이어진 형제간 총수 바통 넘겨주기를 하면서 살아생전에 총수를 넘기는 일이 있어왔지만 역시 오너경영을 해오고 있다. 오죽하면 롯데의 신격호 회장은 90이 넘은 나이에 치매라는 병을 앓으면서도 총수자리를 고집하다 형제간 싸움에 신동빈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자충수를 두었을까. 남편이 갑자기 죽으면 살림만 하던 부인이 느닷없이 기업총수로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현정은 현대그룹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한때 재계 1, 2위를 넘나들던 현대그룹은 현회장 취임이후 현재까지 폭망해 현대엘리베이터 한 곳으로만 버티는 '그냥 기업'으로 전락했다. 한진해운은 최은영 회장이 살림하듯 기업을 조물조물거리다 아예 사라졌고 본인은 현재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버렸다. CJ 이재현 회장은 만성신부전증에 난치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감옥행에 처해졌지만 퇴진하지 않고 지금은 버젓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오너퇴진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대한항공은 오너 가족들이 모두 밥먹듯 검찰조사를 받는 실정이지만 여전히 건재하게 오너자리를 꿰차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 재계는 '왕국 건설'이 기업의 속성이었다. 임직원들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보다는 오너에 충성하고 오너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따른 임원들은 수명이 길었던게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웅열과 서정진의 퇴진은 '역시나'에 그칠 공산도 크다. 일시적인 뒷걸음질일뿐 결국은 자식에게 넘겨주기 위한 시간을 버는 퍼포먼스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 변혁의 시대에 들었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종전과 같은 행보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 그게 사회적 흐름이여, 시대적 소명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기업처럼 오너가는 이사회를 장악하고 기업의 실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지는게 자연스런 패턴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갑작스런 퇴임 소식은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다는 말처럼 재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시금석으로 삼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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