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울고 싶은데 뺨 때렸다”...'일단 올리고 보자' 식 기업 가격인상 러시
[신년기획]“울고 싶은데 뺨 때렸다”...'일단 올리고 보자' 식 기업 가격인상 러시
  • 이승현
  • 승인 2019.01.1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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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원자재 가격상승은 제한적…기업들 불황 타개 가격인상으로 풀 요량

가격상승에 시장점유율 떨어지면 할인행사로 돌파구…일단 올리자는 분위기 팽배

 

새해벽두부터 식음료·외식업계를 시작으로 제약사·생필품·주류·명품까지 전방위적 도미노 가격 인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업계는 최저임금인상과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불황타개에 있어 가장 쉽고 효과적인 가격인상으로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내가 올리면 경쟁사도 따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일단 가격을 올려놓고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이를 만회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키우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식품업계를 시작으로 생활필수품에 대한 전방위 가격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지난 연말 농심을 필두로 제과업계가 가격인상에 불을 당겼다. 밀가루등 원재로값이 크게 올라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조만간 떡볶이, 라면, 소주, 치킨, 피자 등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기업들의 '묻지마 올리기'식 가격책정이 궁극적으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려는 얄팍한 행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기업들이 가격인상에 앞서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봤지만 지금은 기업들마다 눈치 보는 것 없이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며 “업체가 주장하는 원자재 가격, 최저임금 인상 등은 일부 요건에 불과하고 실상은 기업들이 불황타개 방식으로 손쉽고 효과적인 가격인상을 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가격인상에 따라 소비자 점유율이 떨어지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결국 기업이 먼저 원가절감과 비용절감을 통한 내실경영에 나서지 않고 손쉬운 방안만 찾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실제 농심 등 제과업계와 식품업계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평균 10% 이상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먹거리 가격의 표준이 되는 우유 값 역시 연달아 오르고 있다.

푸르밀은 지난 1일자로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300㎖), ‘가나초코우유’(300㎖) 등 가공우유 2종 가격을 25% 인상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기준 소비자 판매가는 개당 각각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푸르밀에서 우유를 공급받는 베이커리업체 등도 최근 관련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말부터 자체브랜드(PB) 우유의 매장 공급가를 10% 수준으로 인상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푸르밀 측에서 납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불가피하게 공급가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로 인해 권장 소비자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나 실제 판매가는 매장별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식음료업계도 이미 올렸거나 가격 상승을 저울질 하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말부터 업소용 제품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

할인율 변경에 따라 실제 공급가가 박스당 1000원가량 오른 것으로, 당장 1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라면값 인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라면업계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밀가루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팔도는 컵라면 왕뚜껑의 소비자 가격을 지난달부터 1050원에서 1150원으로 9.5% 인상했고 팔도비빔면은 4.7% 올렸다.

소주는 종량세가 도입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도 도미노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 했다.

동화약품은 이번 달부터 상처에 바르는 연고인 '후시딘'의 약국 공급가를 11~15% 인상했다.

광동제약도 피로회복과 감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방 의약품 '쌍화탕'과 일반의약품 '우황청심원' 공급가를 이달부터 일제히 인상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명품 브랜드 샤넬이 화장품, 향수 등에 이어 핸드백 가격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샤넬코리아는 "환율 변동에 따른 제품 가격 조정의 일환으로 일부 제품 가격이 인상·인하됐다"며 "핸드백은 평균 3% 인상됐다"고 전했다.

샤넬의 유명 핸드백인 '코코핸들' 기본 블랙(미디엄 기준)은 약 5% 인상돼 466만원으로 책정됐다. 샤넬은 지난해 11월에도 클래식 등 인기 제품 가격을 평균 4~5% 인상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디올은 북토트 제품에 대해 최근 가격을 소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올은 지난해 하반기 이미 '레이디 디올 백'과 북토트 등 핸드백 제품군 전체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생활필수품 외에도 인터넷 음원가격도 오르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국내 대표 온라인 음원서비스 유통사인 멜론·지니뮤직 등은 "음원사용료 징수규정이 바뀌어 유통사 몫이 줄었고 그에 따른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최저 7%에서 최고 36.7%까지 음원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인상시기나 폭이 당초 예상보다 이르고 크다며 각 사의 주력상품이나 가격변동 폭을 모니터링해 개선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현행 음원상품의 가격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이번 음원가격 인상을 계기로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십년 유통업계에 종사했지만 최근처럼 기업들이 가격인상에 눈치를 보지 않은 경우도 드물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원자재와 임금 인상 등을 들며 제품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는 불황에 따른 기업 현금유동성 확보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가격인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도 최근 온라인 시장에서 대대적인 할인 등 마케팅 효과로 회복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자구책을 찾기 보다는 가격 상승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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